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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사의 넉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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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5:59)조회수조회수 : 1,686

별 구경거리가 없는 고즈넉한 가을 산사에 다람쥐가 알밤을 물고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앙증맞게 가을 햇살이 좋은 바위에 앉아서 앞발로 알밤을 잡아 돌리면서 입으로 밤껍질을 까는 것을 보면, 그 빠르고 예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난해 가을 김장독을 땅에 묻으려고 땅을 파는데 좁쌀 같은게 나와 조심스럽게 파보니 다람쥐가 천지도 모른채 자고 있었다. 온갖 씨앗들을 두 손을 펴서 한 움큼 될 정도로 쌓아 놓았는데 하나같이 다 깨끗하게 껍질을 벗겨,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속알갱이였다. 얼마나 잠이 깊이 들었는지 솜을 깔고 따뜻한 방에 옮겨 놓았는데도 계속 자고 있었다.

옛날 이야기에 다람쥐는 가을 추수할때는 여러마리의 암다람쥐를 거느리고 있다가 추수가 끝나고는 매정하게도 다 쫓아 버리고 눈먼 다람쥐 한마리만 남겨 긴긴 겨울을 같이 보낸다고 했는데 그때 그 다람쥐는 눈먼 다람쥐도 다 쫓아 버렸는지 혼자뿐이였다.

지난여름 하루하루 미루다가 늦게 끝물의 고구마 순을 사서 여러 거사님, 보살님들과 함께 정성을 다해 심었다. “고구메가 많이 달리기는 할까. 빛깔은 고울까. 밤고메일까. 물고메일까. 맛은 어떨까” 많은 것을 궁금해 하면서 여러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고구마 순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면서 여름내내 궁금해하고 사실은 걱정도 했다. 지난 일요일 초등학생인 자녀들과 함께 가족들이 왔길래 고구마를 캐서 삶아 먹기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구마를 캤는데 지금까지의 걱정은 다 헛걱정이였다. 말 그대로 고구마가 줄기에 주렁주렁 메달려 나왔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고구마를 캐서 훈기가 있는 보일러실에 저장하여 오는 사람들마다 맛있는 고구마 공양을 할 계획이다.

누가 나에게 무슨 과일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나는 감이라고 말한다.늦은 가을날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잘익은 감이 주렁 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면은 무척이나 반갑고 흐뭇하며 가끔은 염치불구하고 몇개 따먹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까치밥을 하나도 안 남기고 몽땅 다 딴 감나무를 보면서 그 주인을 보고 마음속으로 욕심쟁이라고 흉을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까치밥을 넉넉하게 남겨 두어서 오고 가는 누구라도 재주껏 따먹게도 하고 날아 다니다 배고픈 산새들이 와서 맘껏 먹도록 할 것이다.
200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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