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향내나는 사람

작성자
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0:53)조회수조회수 : 2,121
추석 연휴 셋째 날 현덕사를 찾았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는 매미의 영향을 받아 빗줄기가 거세었다. 와이퍼를 바삐 움직여 빗물을 걷어내건만 눈앞은 여전히 뿌옇다. 작년 이맘때 산과 들을 할퀴고 간 태풍 루사의 흔적이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어 자동차가 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장대비를 뚫고 달려 온 자동차는 이윽고 절에 오르는 계곡으로 들어섰다. 길섶 이름 모를 풀은 축축해진 제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비스듬히 누워서 흙내를 맡고 있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민 관엽 식물의 잎새에는 살그머니 다가 온 가을이 내려앉았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저 계곡을 따라 노랗고 빨간 물감이 퍼져 나가겠지.
빗방울 소리에 풍경소리 마저 묻혀버린 현덕사는 고요했다. 추석 명절 때문인지 아니면 태풍 때문인지 오늘따라 거사님, 보살님 한 분 보이지 않는다. 비와 한 덩어리가 되어 흐르는 계곡물소리, 가을채비를 하는 나무들의 움직임 한가운데 자리한 법당은 깊은 기도를 하는 사람처럼 평온하기 그지없다.
부처님 전에 절을 올렸다. 이 순간만큼은 속을 끓이고, 사람을 시기하고 미워했던 지난 일들이 한없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법당 안에 가득한 향내가 절을 하는 동안 내 몸 구석구석을 말끔히 씻어준다.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는 향내나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향내보다는 비린내나는 사람에 가까워졌다. 절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리석음을 비워서 꼭 향내나는 사람이 되리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계곡은 가을이 한층 깊어졌다. 차창을 내리자 쏟아지는 빗줄기가 사정없이 들어온다. 얼굴을 밀고 들어오는 비릿한 비 냄새에 섞여 어디선가 은은한 향내가 나는 것만 같았다.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39 [RE] 왔다가 갔다
/ 09-02-12 (목) / 조회 : 848
09-02-12 14:34848
향내나는 사람
/ 09-02-12 (목) / 조회 : 2,122
09-02-12 10:532,122
37 우리 절 홈피가 불교신문에.....
/ 09-02-12 (목) / 조회 : 2,099
09-02-12 10:532,099
36 참으로 감사한 곳입니다.
/ 09-02-12 (목) / 조회 : 2,156
09-02-12 10:522,156
35 [RE] 현덕사 사랑에 고마움을.....
/ 09-02-12 (목) / 조회 : 899
09-02-12 14:34899
34 오늘에야
/ 09-02-12 (목) / 조회 : 2,070
09-02-12 10:522,070
33 청와대 총무원장 협박
/ 09-02-12 (목) / 조회 : 2,112
09-02-12 10:502,112
32 8월10일군부대위문에 대해서......
/ 09-02-12 (목) / 조회 : 2,088
09-02-12 10:232,088
31 안녕하십니까...
/ 09-02-12 (목) / 조회 : 2,097
09-02-12 10:222,097
30 안녕하세요 *^^*
/ 09-02-12 (목) / 조회 : 2,015
09-02-12 10:212,015
29 정월 대보름에 부럼 깨시고 올한해도 무탈 하세요.
임성빈 / 09-02-10 (화) / 조회 : 2,303
임성빈09-02-10 22:022,303
28 한국최초 연운사 황금타일로 시공
김종연 / 09-02-07 (토) / 조회 : 2,596
김종연09-02-07 11:092,596
27 성지순례 산지 게제
/ 09-02-04 (수) / 조회 : 2,255
09-02-04 20:302,255
26 선방 대중공양 잘 다녀왔습니다.
/ 06-07-21 (금) / 조회 : 2,337
06-07-21 12:222,337
25 아버지를 팝니다.
/ 06-07-20 (목) / 조회 : 2,072
06-07-20 20:372,072
24 법보신문 기사
/ 06-07-19 (수) / 조회 : 2,236
06-07-19 18:352,236
23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03-09-03 (수) / 조회 : 2,212
03-09-03 11:022,212
22 읽어보세요 "아버지의 생일"
/ 03-09-03 (수) / 조회 : 2,212
03-09-03 10:582,212
21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를 보고
/ 03-08-29 (금) / 조회 : 2,292
03-08-29 11:522,292
20 그대에게 가고 싶다
/ 03-08-25 (월) / 조회 : 2,147
03-08-25 08:392,147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