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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 칠시

작성자현종
등록일2025년 09월 02일 (09:12)조회수조회수 : 17
중부일보 칼럼 2026. 9.1

무재칠시로 이타행을 실천하자.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이 세상의 인연을 다하고 본래 온 곳으로 돌아갈 때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회향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 생각해보니 세상 만물의 은혜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잠시 잠깐도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 만든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가 만든 옷을 입고, 누군가가 만든 집에서, 누군가가 만든 책상과 의자에 편히 앉아 쓰고 있다. 누군가가 지난 여름 땡볕에 땀 흘려 농사지은 쌀과 채소로 아침 공양을 든든히 하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숨 쉬는 것만 내가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알고 보면 공기 중의 산소도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산에 온갖 종류의 수목이 우거져 숲을 만든 것도 그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씨앗을 멀리 퍼뜨린 산새들의 공도 있고, 멧돼지나 고라니, 산토끼 등 산에 사는 산짐승들도 한몫을 해서 아름다운 산세를 이룬 것이다. 그들이 만든 자연 속에서 그들이 만든 공기 중의 산소를 우리는 그저 마시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매사에 천지의 은혜를 입고 사는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 중에 오직 내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행이 있다. 돈이나 물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한다.

​첫째, 화안시(和顔施)이다.

그냥 환한 얼굴로 대하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밝게 웃는 얼굴로 상대에게 평안을 주는 미소 띤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노력 하면 될 것이다.

​둘째, 언시(言施)다.

말로 하는 보시행이다. 말이란 내 가슴속에서 만들어져 내 입으로 나온다. 그리고 내가 제일 먼저 듣는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내 몸 어딘가에 박혀 있고, 이 우주 곳곳에 각인이 되어 언제든지 보고 들을 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항상 고운 말을 많이 하고 살아야 한다.

​셋째, 심시(心施)다.

마음으로 하는 보시행이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누군가가 행복하고 잘 살기를 염원하는 마음이다. 늘 따스한 마음을 가져 나를 만난 모든 사람에게 자비심을 내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은 꽃이 없고, 사람도 자세히 보면 다 아름답고 성품도 곱고 따뜻하다.

​넷째, 안시(眼施)다.

눈으로 하는 보시행이다. 따스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매서운 매의 눈이 아닌 자비심이 충만한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봐 주는 것이다. 따스한 눈빛만으로도 보시행을 실천할 수 있다.

​다섯째, 신시(身施)다.

몸으로 하는 보시행이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줄 수도 있고, 안아줄 수도 있다. 폐지를 한가득 싣고 가는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말없이 밀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보시행을 하는 것이다.

​여섯째, 좌시(座施)다.

자리를 내어주는 보시행이다. 사람들은 앉든 서든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살고 있다. 특히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자리를 두고 갈등을 하기도 하였다. 예전에는 나이 드신 분들께 무조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고 살았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몸이 불편해 보이거나 나보다 연장자라고 생각되면 자리를 양보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일곱째, 촬시(察施)다.

살펴봐 주는 보시행이다.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 무언가를 헤아려 보살펴 주는 것을 말한다.

​위의 일곱 가지 보시는 오직 건강한 몸과 마음만으로도 할 수 있는 보시행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베풀지 못한다는 말만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가진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보시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말로만 하는 보시는 안 된다. 가진 만큼 해야 하는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듯이, 보시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농부가 봄에 씨를 많이 뿌린 사람은 가을에 수확할 것이 많을 것이고, 적게 뿌린 사람은 적게 거둘 것이다. 아예 뿌리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얻을 것이 없어 빈털터리로 살아야 할 것이다. 훗날에 넉넉하고 여유롭게 잘 살려면 지금부터라도 나눔을 실천하여 곳곳에 베풂의 공덕을 심어야 할 것이다.

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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