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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부처님이다”

작성자현종
등록일2009년 02월 21일 (18:46)조회수조회수 : 3,930
“자연이 부처님이다”
[기고] 현종스님 / 강릉불교환경연대 대표


“산과 강 파헤치는 건

法身 훼손과 같은 일”

세월의 변화는 무상(無常)하다. 언제 하루가 지났는지, 언제 한 달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흐르는 것이 세월이다. 엊그제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한해가 다 지나가고 있다.

눈이 펑펑 쏟아져 산하대지가 흰 솜을 덮은 올 겨울 어느 날. 강원도 산골 절에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빛과 별빛이 눈에 반사되어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졌다. 간혹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날아가는 흰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존엄한 모습’에 저절로 경외심이 생긴다.

아무래도 겨울은 찬바람과 흰 눈이 있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겨울답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만약 겨울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장맛비가 온다면 어떨까. 그것은 겨울이 아니다.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여름은 여름다워야 한다. 또 나무는 나무여야 하고, 돌은 돌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단지 사람의 욕심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은 순리를 거역하는 것이다. 되도록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질서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떠한가.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길을 내고, 산을 깎는다. 물론 불가피하게 길을 내야하고, 어쩔 수 없이 산을 깎아야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길을 많이 내고, 도를 넘어 산을 깎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의 삶을 반성해야만 한다.

불교환경연대 창립선언문을 살펴보면 ‘청정불국토 건설’의 과제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함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 산은 동강나고 강은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죽음의 터가 되었습니다. 물신주의 노예가 된 인간중생들이 제일인 양, 불성의 종자를 지닌 미물의 삶터마저도 파헤친 결과입니다. 어제의 일이 아닙니다. 오늘도 산은 파헤쳐지고 강물은 썩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며, 인간을 위해서는 죽음으로 내몰아도 된다는 폭력적인 사고를 현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강행하려는 뜻을 기회 있을 때마다 비추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로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4대강 정비’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사실상 대운하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강은 강 그대로 있을 때 존재의 가치가 있다. 인위적으로 강바닥을 파헤치고, 물길을 이어 붙이는 것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강을 죽이는 것이고, 결국은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다.

법전 종정예하가 새해를 맞아 발표한 법어에는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경책이 담겨있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으로 귀담아 들어야 할 법문이다. “…탐(貪)하는 이는 장애(障碍)의 풍운(風雲)이 높아 질 것이고 / 베푼 자는 오늘의 화택(火宅)을 벗어나는 길을 열 것이니…”

오늘도 산골 절에는 눈이 왔다. 소복하게 내린 눈 속에서 나무와 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기를 바라며, 부디 새해에는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나무 부처님과 돌 부처님의 몸에 상처를 주지 않고, 산(山) 부처님과 강(江) 부처님의 법신(法身)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불교신문 2488호/ 12월27일자]

2008-12-24 오후 2:06:29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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