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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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흙의 감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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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5:58)조회수조회수 : 1,984
지난 일요일 평소 가까이 지내는 거사님이 가족들과 점심공양이 끝날 때쯤 왔다.

나는 응당 공양을 하고 왔겠지 했는데 “배가 고프다”며 “공양을 좀 달라”고 한다. 다른 절 두군데를 들려서 오는데 안 그래도 그 절에서 공양을 하고 가라는 것을 뿌리치고 왔단다.

거사님은 “이상하게도 밥맛이 부자이고 큰 절보다는 이렇게 소박하고 작은 절에서 해야 편안하고 맛이 난다”고 하면서 내가 보기에는 별 반찬도 없는데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다.

이곳 현덕사는 소금강산 입구에 위치한 자그마한 산속 절이다. 그래서 조금만 노력을 하면 얼마든지 텃밭을 일구어 철 따라 채소며 수박, 오이, 고구마, 옥수수등을 심어 먹을 수 있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인지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종류의 채소 곡식을 심는 것을 보고 가끔씩 오는 거사님이나 보살님들이 “뭣 할려고 이렇게 많이 심느냐”고 묻기도 하고 가끔씩은 핀잔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딱히 다른 할말이 없어 그냥 “내가 많이 묵을려고 안 그러는교”하고 만다.

도회지 사람들이나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특히 맨발 맨손으로 느껴지는 살아있는 흙의 감미로움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본다. 이른 아침 산새들의 즐거운 지저귐을 들으며 맨발로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흙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며 사는 산 속의 생활이 또 다른 나만의 즐거움이 된다.

산 속에서의 반찬이 뭐 특별한 게 있을 리 없겠지만 현덕사의 공양상에는 항상 싱싱한 갖가지의 쌈이 오른다. 요즘에는 토실 살이 오른 풋고추를 푹 찍어 먹는 맛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쌈의 잔치는 봄부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면 눈이 하얗게 쌓인 한겨울에는 쌈을 못 먹겠지 하겠지만 하얀 눈 때문에 더 푸르게 보이는 싱싱한 배추를 철철 흘러 넘치는 물에 씻어먹는 맛은 정말 고소하고 인기 최고다.

가을 김장 때 속이 꽉꽉 찬 것은 김장을 하고, 속은 안차고 잎사귀만 무성하게 자란 것은 뽑아서 땅을 조금 파묻은 후 거적데기를 덮어놓으면 이른봄까지 싱싱한 것이 그대로다.

밭을 일구어 씨앗을 뿌리고 하루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것을 보면서 해질 녘 뻐꾸기 소리를 벗삼는다. 가끔씩은 산 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를 때 계곡에 흐르는 물을 호수에 연결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채소밭에 물을 줄 때 수행자의 마음도 편안하고 넉넉해진다.

200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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