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사 소식

게시물열람
제목

아시아투데이 칼럼 / 주지스님/ 눈물 흘리는 숭례문

작성자
등록일2009년 02월 18일 (15:05)조회수조회수 : 3,343
입력 [2008-02-12 17:56]

[칼럼]눈물 흘리는 숭례문


현종 스님 / 강릉 현덕사 주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참혹한 소식이 들려왔다. 숭례문의 비보(悲報)를 듣고 말문이 막히고 눈앞이 깜깜했다. TV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를 그저 지켜보는 방법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소방차들이 쉬지 않고 물을 쏟아내며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끝내 숭례문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 600년간 우뚝 서 있던 숭례문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불과 다섯 시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마지막 비명을 지르듯 뿌연 연기를 토해내며 힘없이 넘어지는 숭례문을 차마 끝까지 지켜볼 수 없었다.

밤잠을 설친 다음날 화마(火魔)에 쓰러진 숭례문을 찾았다. 전날 화재 진압을 위해 뿌려진 물이 땅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숭례문의 눈물’이었다. 산산조각난 기왓장과 부러진 목재들 속에 숭례문은 고개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울고 있는 숭례문에게 과연 어떤 위로를 해 줄 수 있을까. 처참한 숭례문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답답하고 참담할 뿐이었다.

조선 초에 세워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위용을 잃지 않았던 숭례문은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허망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왜적과 청나라의 외침(外侵)에도 흔들림 없었던 숭례문.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던 전장(戰場)에서도 큰 손상 없이 보존되었던 숭례문. 선조들과 고락(苦樂)을 같이 하며 민족의 상징이었던 숭례문을 우리들은 눈 뜬 채 화마(火魔)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숭례(崇禮). 예를 숭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숭례’는 고사하고 ‘엄청난 결례(缺禮)’를 범했다. 선조들이 지켜온 그 문(門)을 온전하게 보전하여 후손에 전해주지 못하고, 상처투성이로 물려줘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불과 3년 전 천년고찰 낙산사를 화재로 잃은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비록 산불이라는 천재지변이었지만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낙산사를 눈물 흘리며 지켜본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다. 그런데 또 다시 서울 한복판에서 600년이 된 문화유산을 화마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어떤 존재든 사라진 뒤에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있을 때 그 고마움을 미처 모르는 것이 삶이다. 불교에서는 유정(有情)ㆍ무정(無情)의 모든 존재에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성품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심지어 돌과 나무에도 불성(佛性)이 있다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 눈으로는 숭례문도 부처님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처님과 같은 숭례문을 온전하게 지키지 못했다.

불타 버린 숭례문을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복원 하더라도 완전히 똑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일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록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판을 들을지라도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숭례문 외에도 선조들이 물려준 수많은 문화재들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숭례문과 낙산사처럼 허무하게 훼손되거나 잃는 비참한 일을 반복해서는 절대 안 된다.

과학문명과 기술이 발달되어 있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성과 배려이다. 선조들의 혼이 배어 있는 문화재를 정성스럽게 대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이다. 비록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숭례문의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또 다른 숭례문의 참사’가 반복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최소한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코멘트현황
게시물처리 버튼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공지사항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52 사진 올릴때 주의 사항 ~
/ 09-02-18 (수) / 조회 : 2,731
09-02-18 14:292,731
51 현덕사 어린이 여름불교 학교
/ 09-02-18 (수) / 조회 : 2,786
09-02-18 14:282,786
50 현덕사 대웅전 상량식
/ 09-02-18 (수) / 조회 : 2,742
09-02-18 14:272,742
49 부처님 오신날 연등 공양
/ 09-02-18 (수) / 조회 : 2,669
09-02-18 14:262,669
48 현덕사 경노잔치
/ 09-02-18 (수) / 조회 : 2,706
09-02-18 14:262,706
47 현덕사 대웅전 기공식
/ 09-02-18 (수) / 조회 : 2,695
09-02-18 14:252,695
46 산신기도 입재
/ 09-02-18 (수) / 조회 : 2,679
09-02-18 14:252,679
45 왜 사는가?
/ 09-02-18 (수) / 조회 : 2,628
09-02-18 14:232,628
44 수도암 대중공양 갑니다.
/ 09-02-18 (수) / 조회 : 2,636
09-02-18 14:182,636
43 마음을 맑히는 영혼의 노래를 함께 느껴요.
/ 09-02-18 (수) / 조회 : 2,682
09-02-18 14:172,682
42 동지의 의미와 유래
/ 09-02-18 (수) / 조회 : 2,843
09-02-18 14:152,843
41 화엄사 동안거 대중공양 갑니다
/ 09-02-18 (수) / 조회 : 2,639
09-02-18 14:142,639
40 현덕사 삼성각 단청불사 낙성
/ 09-02-18 (수) / 조회 : 2,569
09-02-18 14:132,569
39 여름밤의 반딧불이..
/ 09-02-18 (수) / 조회 : 2,427
09-02-18 14:132,427
38 여름불교학교 사진 가져가세요.
/ 09-02-18 (수) / 조회 : 2,420
09-02-18 14:122,420
37 불교학교 자원 봉사를 다녀와서
/ 09-02-18 (수) / 조회 : 2,404
09-02-18 14:112,404
36 현덕사 하안거 대중공양
/ 09-02-18 (수) / 조회 : 2,754
09-02-18 14:102,754
35 현덕사 개산법회회향
/ 09-02-18 (수) / 조회 : 2,462
09-02-18 14:102,462
34 ♣ 제5회 현덕사 여름 불교학교♣
/ 09-02-18 (수) / 조회 : 2,609
09-02-18 14:102,609
33 ★개산 5주년 기념법회 (7월10일 토요일 10시 )★
/ 09-02-18 (수) / 조회 : 2,518
09-02-18 14:092,518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