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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 옳은 길 동아일보 12월 28일자 신문에서 옴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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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5:36)조회수조회수 : 3,516
[광화문에서/고미석]쉬운 길, 옳은 길




196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 켄트 케이스란 학생이 있었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가도 개인이 변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생지침으로 삼을 만한 제안을 모아 ‘역설의 진리’라고 이름 붙였다.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정직하고 솔직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해져라.’ ‘세상은 결국 힘 있는 사람 편에 선다. 그래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분투하라.’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쌓으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덤빌 수도 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라.’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헌신해도 칭찬을 듣기는커녕 경을 칠 수도 있다. 그래도 헌신하라.’ ‘사람들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그의 제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갔고 테레사 수녀가 운영하던 인도 콜카타의 어린이집 벽에 새겨진 작자 미상의 글로도 유명해졌다. 몇 년 전 국내에 ‘그래도’란 제목으로 소개된 그의 외침은 모순과 불합리가 지배하는 세계에 살면서도 우리 삶의 목표는 언제나 올바르고 진실된 길을 걷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문득 ‘역설의 진리’가 다시 떠오른 것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란 영화에서 “앞으로 우리 앞에 옳은 것과 쉬운 것이 놓일 것이며,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는 대사를 들었을 때였다. 잊고 살지만, 개인이든 사회든 늘 스스로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쉬운 것’과 ‘옳은 것’으로 비추어 보면 나나 사회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 기준은 명확해진다.





이런 시각에서 MBC ‘PD수첩’ 취재팀의 취재윤리 위반이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보니 더욱 마음이 무겁다. 잘못의 무거움과 가벼움과는 별도로, 두 사태를 보면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을 선택함에 있어 ‘옳은 길’보다 ‘쉬운 길’에 빠져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뒤처리에 있어서도 ‘하루빨리’ ‘한시바삐’에 떠밀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다.


한때 ‘PD수첩’의 프로그램 폐지 운운할 때도 충분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반성적 결론인지, 여론을 피하기 위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인지 못마땅했다. 지금은 또 ‘어쨌든 답은 맞았으니 과거는 묻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가고 있는 듯해 마뜩잖다. 황우석 교수 사태 처리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가 시간을 절약하고, 모든 걸 빨리 잊고 싶은 욕심에 또다시 모든 걸 서두르다 ‘쉬운 길’을 선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좋으니, 1년 혹은 10년 뒤에도 뒤집어지지 않을 결론을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 앞가림도 벅차고, 저마다 살아갈 걱정만으로도 심란한데 이런저런 일로 온 국민이 심한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뭔가 배워 가는 것이라도 있어야 덜 억울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역설의 진리’에 비춰 보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불평’이 아니라 ‘희망’이다. 새해에도 삶이, 세상이 우릴 속일지 모른다. 그래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고 나 혼자만이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결국은 그게 바로 ‘옳은 길’일 테니 말이다.


고미석 문화부 차장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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