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벌과 나비를 위하여

작성자현덕사
등록일2011년 05월 30일 (07:35)조회수조회수 : 4,038
칼럼


벌과 나비를 위하여


아카시아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향기도 달콤할뿐더러 꽃잎을 따 입에 넣으면 쌉싸름하고 달고 부드러워 기분까지 좋아지는 꽃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벌과 나비도 마찬가지다. 오월이 되면 벌과 나비는 꿀을 찾아 아카시아 꽃송이를 향해 몰려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들을 보기 어렵다. 어느 때부터인가 아카시아 꽃을 두고 우리와 경쟁을 벌이던 벌과 나비를 보기 힘들어졌다. 웬일일까?

국토에 뿌려진 고엽제

산중에 살다보니 읍내에 볼일을 보러가면서도 많은 산길과 들길을 지나게 된다. 해마다 새삼 느끼게 되지만 한창 푸르러야할 논두렁길과 밭길이 벌겋게 변한 모양에 마음이 아프다. 농부들이 약통을 지고 길가 풀숲에 약을 뿌린 뒤, 며칠 지나면 푸른 풀잎은 시들시들하다가는 흉하게 타들어간다. 이 농약이 바로 제초제, 요즘 신문과 방송 매체에서 회자되는 고엽제의 일종이다.

미군이 우리 국토에 얼마나 많은 고엽제를 매몰하였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신문기사에 보니 민통선 안에서는 군인들이 뿌리는 고엽제를 그냥 좋은 약으로만 알고 농부들까지 얻어 맨손으로 뿌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약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뿌리기만 하면 어떤 식물도 다 말라죽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풀을 제거하는 최고의 약이었겠으나 이처럼 놀라운 효과를 지닌 제초제가 과연 식물만 죽게 하였을까?

그렇지 않다. 식물이 죽으면 동물도 죽고 사람도 죽게 마련이다. 식물의 새순과 곤충의 씨를 말리는 것도 모자라 사람에게 각종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을 가져다주고 발암물질로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가까운 사람 중에 월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가 있다. 그와 같은 고엽제 환자들의 삶은 보기에도 딱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잔인한 독극물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산천에 아무런 제약 없이 뿌려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이 강산에 얼마나 많은 양의 독극물이 뿌려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중독된 토양에서 자란 쑥과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을 먹은 우리 몸은 과연 어떠할까.

그리고 그 땅에서 재배한 야채와 과일은 또한 우리 몸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젠 시장 골목에서 마주치는 시골 할머니들이 한 무더기씩 나누어 팔고 있는 온갖 나물과 야채까지 의심스런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슬픈 일이다.

어리석은 행동 멈춰야

이러한 결과는 인간이 편리만 추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한다는 진리를 망각한 무지와 교만에서 비롯됐다. 내가 살자고 내 후손이 살아가야 할 강토를 오염시키고, 내가 편하자고 벌과 나비와 메뚜기와 수많은 풀의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어리석은 행동을 멈춰야한다. 정부는 이 강토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제초제의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고, 미군이 불법 매몰 처분했다는 고엽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 역시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만을 위한 편리보다는 공존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아카시아 향기에 취한 우리의 머리 위로 윙윙대고 나르는 꿀벌의 날갯짓소리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불교신문 2723호/ 6월1일자]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현덕사 주지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244 현덕사 탬플관[1]
들꽃향기 / 12-08-14 (화) / 조회 : 3,740
1
들꽃향기12-08-14 19:503,740
1243 가족과 함께한 현덕사 2박 3일
/ 12-08-13 (월) / 조회 : 3,698
12-08-13 12:383,698
1242 걱정도 근심도 슬픔도 아픔도 더위도 없는!!! 현. 덕. 사
이민희 / 12-08-09 (목) / 조회 : 3,655
이민희12-08-09 21:393,655
1241 걱정도 근심도 슬픔도 아픔도 더위도 없는!!! 현 덕 사[1]
이민희 / 12-08-09 (목) / 조회 : 3,706
1
이민희12-08-09 17:063,706
1240 보고싶어요 ^ㅡ^[1]
/ 12-08-09 (목) / 조회 : 3,657
1
12-08-09 15:443,657
1239 템플스테이는 현덕사에서!!
민수진 / 12-08-09 (목) / 조회 : 3,885
민수진12-08-09 10:143,885
1238 호주유학생의 temple stay 후기!![2]
지영 / 12-08-08 (수) / 조회 : 3,796
2
지영12-08-08 21:193,796
1237 마음이 편안한 곳![1]
/ 12-08-08 (수) / 조회 : 3,731
1
12-08-08 07:193,731
1236 가장 멋진 인생이란....
들꽃향기 / 12-08-06 (월) / 조회 : 3,745
들꽃향기12-08-06 21:503,745
1235 동해바다 선상명상 체험 템플스테이
들꽃향기 / 12-08-02 (목) / 조회 : 3,752
들꽃향기12-08-02 23:023,752
1234 마음은 여전히 현덕사에 두고왔습니다
/ 12-08-01 (수) / 조회 : 3,601
12-08-01 21:273,601
1233 잠시 쉬었다 가세요~~!!
이미애 / 12-07-31 (화) / 조회 : 3,551
이미애12-07-31 21:463,551
1232 잠시 쉬었다 가세요~~!!
이미애 / 12-07-30 (월) / 조회 : 3,568
이미애12-07-30 14:263,568
1231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 12-07-30 (월) / 조회 : 3,577
12-07-30 08:433,577
1230 무더운 여름 좋은 추억 만들기
이은주 / 12-07-27 (금) / 조회 : 3,821
이은주12-07-27 15:513,821
1229 행복한 현덕사!
김하늘 / 12-07-27 (금) / 조회 : 3,673
김하늘12-07-27 10:573,673
1228 불교계,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한 글입니다.
/ 12-07-27 (금) / 조회 : 3,570
12-07-27 10:543,570
1227 현덕사 템플스테이 후기 !!
김하늘 / 12-07-27 (금) / 조회 : 3,911
김하늘12-07-27 10:493,911
1226 너무 행복한 시간이였어요!
강예지 / 12-07-26 (목) / 조회 : 3,453
강예지12-07-26 21:133,453
1225 현덕사 템플스테이 체험후기!^,^[1]
강예지 / 12-07-26 (목) / 조회 : 4,251
1
강예지12-07-26 20:594,251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