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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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의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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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1년 05월 12일 (03:49)조회수조회수 : 4,324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일거리마저 밀려 끙끙대며 현덕사 쪽을 바라보다 오전이 다  지나고 말았다. 오후, 일을 다 끝내고 나니 피곤해 한 숨 자고 싶다, 하다가 벌떡 일어났다.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인데, 석가모니 부처님 오신 날인데, 그 분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직도 까막눈으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고 그저 투덜투덜 벌레처럼 늙어가고 있을 터인데, 우리 스승님 발치에 엎드려 이 세상에 오셔주셨음을 감사하지 않는다면 정말 뻔뻔한 인간이지 아니한가.

우산을 받쳐들고 현덕사에 올랐다. 등이 비에 젖어 그냥 걸려 있고 저녁 공양 시간이 가까워 법당이 조용하다. 법당에 혼자 엎드려 절을 한다.

저녁 예불을 마친 주지스님은 저녁까지 남아 있는 서른 명 남짓한 신도들에게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선물을 하시겠단다. "내는 현덕사에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데이..." 언제나 그런 말씀읗 하시는 현종 스님은 곧잘 "내는 말재주가 없데이"하는 추가 발언까지 하시곤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 저녁 현종 스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그 어떤 달변보다도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내가 오늘 여러분들 가슴에 연등을 하나씩 달아드리겠습니다. 저도 그 연등을 하나 달겠습니다. 그리고 그 연등이 내년 부처님 오신 날까지 태풍이 와도 꺼지지 않게 해보겠습니다.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제 연등은 종종 꺼집니다. 내는 도가 높은 큰스님이 아니라 화도 나고 화 나면 욕도 하고 하지만 아무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여러분 가슴 속의 연등을 내년가지 꺼지지 않도록 잘 지켜봐 주십시요"

그리고는 현종스님은 부처님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 시방 세계에 계신 불보살님께 아룁니다. 그 가피력으로 저희들 가슴속에 단 이 연들이 앞으로 일년 동안 꺼지지 않고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하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정말 나는 이제껏 석가탄신일에 이보다 좋은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감사해 현종스님께 합장하며 스님, 고맙습니다, 했더니 스님은 "무신,.. 나는 보살이 고맙소"하신다.

현종스님은 종종 "내는 잘몬(못) 살고 있데이"하시지만 나는 백 번이라도 말씀 올리고 싶다. "스님, 스님께서는 저희 가슴에 하나씩 연등을 달아주실 만큼 자비스러우십니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부처님이신데... 아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이미 부처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주지 부처님이 신도 부처들 가슴에 연등을 하나씩 달아주신 석가모니 부처님 오신날, 봄비가 촉촉히 내려 현덕사 만월산의 새 잎사귀들 참으로 빛나게 아름다웠습니다. 

코멘트현황
원만심
원만심 | 11/05/12 13:48
그날저녁 법당에선 그런일이 있었군요. 전 오늘 지금 가슴에 연등하나 밝혀 놓겠습니다.꺼지지 않도록 늘 살피고 점검하는데 게으르지 않길 발원합니다
11/05/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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