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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보살님 부부 이야기

작성자현종
등록일2025년 06월 19일 (08:00)조회수조회수 : 22
중부일보 오피니언
[현종칼럼]

해피 보살님 부부 이야기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데, 진짜 있다. 해피 보살과 그의 남편 박종열 거사다. 그분들을 만난 인연이 40여 년을 넘었다.

올해로 현덕사는 개산 26주년을 맞이한다. 26년 전 현덕사 개산법회를 하기 위해 7월의 한여름에 호랑이가 새끼를 칠 만큼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뽑고 준비하였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벽돌집을 박종열 거사는 염천지절에 10여 일 동안 땀이 줄줄 흐르도록 매일같이 쓸고 닦고 버리고 태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그 일을 해오고 있다. 유독 무더위가 심한 때도 예외 없다. 밭일은 물론 도량에 풀을 베고 뽑는 일은 한여름이라도 꼭 해야만 한다.

땡볕에서 묵묵히 일하는 거사님을 보면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불평불만 한 점 없이 일하는 모습은 가히 수행자의 모습이다. 수행이란 것이 꼭 법당에서 좌복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하는 것만이 아니다. 돈을 받고 한다면 못 할 일이다. 오직 신심과 원력으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하기에 가능하다.

어제 점심에 30여 명이 공양을 하였다. 사찰의 반찬은 고기나 생선 없이 오직 채소뿐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이때쯤이면 봄나물도 다 들어가고 찬이 변변찮다. 사찰 텃밭에 심어 놓은 갖가지 상추와 쌈 채소가 전부이다. 그것을 뜯어다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먹는데, 많은 사람들이 먹어도 남을 만큼 채소를 심고 가꾼 사람이 박 거사님이다. 꽃을 심기 위해 조성한 화단이 어느 때부터 채소밭으로 변했다.

갖가지 채소들도 때가 되면 예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현덕사 법당 앞에 꽃 대신 갖가지 채소와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등등 먹거리가 심겨 있다. 이 밭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고랑과 이랑을 지어 씨를 뿌리고 심는 게 거사님의 몫이다. 거기서 나는 온갖 싱싱한 야채들이 현덕사의 밥상에 올라간다. 채소밭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잡풀 한 포기 없이 아주 정갈하고 깨끗하다. 수행하듯 일하는 것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진다.

이 분들도 어려운 때가 있었다. 남의 집 셋방살이를 한동안 했다. 거사님이 외국에 나가 열심히 번 돈을 어느 교회 직책 있는 친척에게 다 맡겼다. 그 집은 강릉에서도 유명한 식당을 운영했다. 돈을 불려준다는 말을 믿고 월급 받는 족족 다 주었다. 훗날 좋은 집을 사서 편하게 살게 해 준다는 말에 속은 것이다. 살다 보면 별 일 다 있다고 그 사람들의 송사에 증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놀랍게도 송사에서 진실이 패하더라는 것이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을 목격하였다. 벌써 20여 년 전 일이다.

세상사 영원한 것 없다고 지금은 사는 형편이 역전이 되었다. 셋방살이 하던 해피 보살 네는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아끼고 모아 좋은 집을 샀다. 2층은 세 주고 1층에 두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반면에 상대의 그 사람은 남의 집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 선인선과요 악인악과라는 옛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는 진리이다.

해피 보살이란 별명은 이웃을 돕고 봉사하기를 즐겨하고 항상 밝게 웃는 모습 때문에 붙여졌다. 별명대로 해피 보살은 일생을 봉사하며 산다. 예전에 그렇게 어렵게 살 때도 시시 때때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는 것을 지켜보았다.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 외면하지 않고 돕고 살아온 덕인지, 두 아들도 결혼해 잘 살고 있다. 해피보살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봉사시간이 2천500시간이 넘는다고 하였다. 지금도 틈만 나면 봉사하러 다닌다. 예전에 사찰에서 한 봉사 시간을 더 한다면 몇 만 시간은 될 것이다.

이렇게 귀한 사람을 알고 가까이 있다는 게 큰 행운이다. 열심히 현덕사의 궂은일을 해 주는 거사님께 나는 해드릴 게 없다. 박 거사님은 텃밭에서 일을 하느라 한낮의 열기로 인해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다. 점심공양 때에 젖은 작업복이, 깨끗하게 차려 입은 다른 신도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하는 거사님을 항상 나의 상에 모셔 겸상한다. 그게 유일하게 거사님을 위해 내가 하는 일이다.

나의 밥상에서 항상 공양을 같이 하는 세 사람이 있다. 박종열 거사님과 덕수 거사 또 나의 유발상좌인 동희다. 이 세 사람이 나와 함께 공양을 한다. 이들은 밖에서나 절에서나 아무 직함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저 선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봉사하는 불제자이다. 이런 숨은 불자들이 있기에 현덕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상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분들의 앞날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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