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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 스님 불교신문 칼럼 *** 사명성사와 케이블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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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3월 21일 (21:33)조회수조회수 : 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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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스님 / 사명성사와 케이블카


현종스님 / 논설위원ㆍ강릉 불교환경연대 대표

매년 봄가을이면 서산.사명.기허스님을 기리는 향사(享祀)가 밀양 표충사에서 거행된다. 표충사 향사는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스님들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는 취지로 열린다. 불교계뿐 아니라 유림(儒林)과 지역 기관장도 참여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향사이다. 조선시대 어명으로 시작된 표충사 향사는 오는 4월2일 531번째를 맞는다.

선조들이 지켜온 자연환경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스님으로서 칼을 들어야 했고, 벼슬아치들의 갖은 모략을 감수해야만 했던 사명스님. 더구나 스님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잡혀간 조선인 포로 3500여명을 구해 돌아왔으며, 외교사절로 소임을 다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조정에서는 성사의 고향인 밀양에 표충사를 지어 뜻을 기렸다.

하지만 올해 향사를 맞이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표충사가 자리한 바로 그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명스님의 고향인 밀양에서 추진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명성사를 비롯한 선조들이 갖은 고초를 이겨내며 어렵게 지켜온 자연환경이 허무하게 훼손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상처투성이의 ‘사자평’이 케이블카 설치 이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은 뻔하다.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켜야할 지방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주도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경상남도는 지난 1월20일 도립공원관리위원회를 열고 ‘밀양 가지산 도립공원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켜 ‘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했다. 일부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밀양시장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한다. 케이블카 설치 장소는 사자평과 불과 도보로 20분 거리다. 더구나 외길목이어서 자연환경 훼손과 생태계 파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일부 인사들이 케이블카 관련 부지를 대량 매입했다는 후문까지 들려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7일자 <불교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립공원관리위원회 결정이 ‘절차상 하자’가 있음이 밝혀졌다. 케이블카 설치 사업 승인 관련 회의에 불교계를 배제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관련 사찰 주지를 ‘특별위원’으로 참석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물론, 해당 사안에는 ‘위원’으로 참석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관련 당국은 불교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후 결정을 내렸다. 더구나 케이블카 설치에 동의하는 밀양시 부시장만 특별위원으로 참석시킴으로써 ‘입맛에 맞는 인사’로만 위원회를 개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사명성사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는 못할망정, 그 분을 추모하는 사당(祠堂)이 자리한 표충사 인근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그들만의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어

예로부터 스님들은 산림(山林)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분별한 벌목을 막기 위해 산속에서 불침번을 섰는데, 이 소임을 산감(山監)이라고 한다. 때로는 나무꾼들에게 뭇매를 맞는 봉변을 겪어야 했고, 여름에는 모기와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며 산을 지켰다. 밀양시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곳도 마찬가지다. 가지산.재약산.사자평은 통도사와 표충사 스님들이 지켜온 곳이다. 그럼에도 사찰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명성사의 뜻이 깃들고, 그 후학들이 피와 눈물로 지켜온 ‘아름다운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반역사적이고, 반환경적인 시도’를 이제는 포기하기를 간곡하게 촉구한다.



[불교신문 2510호/ 3월21일자]
2009-03-17 오후 10:13:21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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